길을 잃었을 때, 즉 무언가를 하다가 이내 시들어진 마음에 멈추고 시선을 돌렸을 때, 아무 것도 할 게 없을 때, 그러나 정작 할 일은 많은데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손을 대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, 결국 멍하니 앉아 새삼 한기를 느낄 때 문득 외로움을 느낀다. 미치도록 온기가 그리운 오늘 밤.
- 2009/11/06 04:2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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러셀의 충고. “글을 쓰려는 생각을 버려라. 그 대신 글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보라. 세상으로 나가라. 해적도 되어보고, 보르네오의 왕도 되어보고, 소련의 노동자도 되어보라. 기본적인 신체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생활을 해라.”
육체의 남아도는 에너지는 결국 정신을 갉아먹는 데 쓰인다. 이 에너지를 매일 잠들기 전까지 소진시키는 것이 스스로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나는 몰랐다.
외면 일기. 오려낸 메모들 중 미셸 투르니에의 『외면 일기』서문을 발견했다. 아, 그때 나는 그가 하는 말에 충분히 설득당하고도 지금껏 내면의 일기만 써왔지 않은가.
- 2009/05/18 01:2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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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제 비가 와서 그런가, 2년 전 여름이 떠올랐다. 저녁 해가 지기 전, 집에 혼자 앉아 영화 <와이키키 브라더스>를 보고 있었다. 마침 장마철이라 그날도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어느 순간 세차게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. 순간, 나는 충동적으로 영화를 정지시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. 그리고 한 삼십 분 정도 비를 맞으며 서 있었던 것 같다. 간간이 하늘을 올려다보며.
그때, 내 안엔 무엇이 있었던 걸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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